홀(The Hole)
편혜영 장편소설 / 문학과지성사
혜영 작가의 소설 '홀(Hole)'은 사고로 아내를 잃고 전신마비가 된 남자 ‘오기’의 심리를 섬세하게 그린 심리 스릴러입니다. 간병을 맡은 장모와의 긴장감 넘치는 일상 속에서, 인물 간의 미묘한 감정과 권력 관계가 점차 드러나며 독자는 점점 깊은 불안에 빠지게 됩니다. 이 작품은 인간 존재의 고립감과 무력함, 그리고 통제할 수 없는 삶의 아이러니를 날카롭게 포착해요. 간결하면서도 밀도 있는 문체로 몰입감을 주며, 일상의 균열에서 피어나는 공포를 섬세하게 조명한 소설로, 한국 심리소설의 진수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인간 내면의 어둠과 관계의 본질을 탐색하고 싶은 독자에게 추천드려요.
오기는 끈질기게 뭔가를 추구하고, 그것 이외에 다른것은 돌아보지 않고,결국에는 성취하고, 한길로만 살아온것을 자부하는 사람에 대한 두려움 같은게 있었다.그들은 의지가 빼어난 나머지 박약한 의지를 손쉽게 비웃었다.
운에 의지하려는 태도를 비난했다. 사소한 우연의 연쇄를 인정하지 않았다. 고집과 독선이 지나쳤고 자신의 자부가 폭력이 된다는걸 의식하지 못했으며 남들에게는 늘 가르치는 투로 말했다. 자신이 우월하다는걸 숨기지 않았고 만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의 박탈감을 비웃었다. 간혹 시혜적인 태도로 관용과 아량을 베풀었는데, 인간에 대한 애정에 비롯된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제 삶의 여유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오기는 그런 사람을 잘 알았다. 바로 오기의 아버지였다.
오기가 생각하기에 죄와 잘 어울린다는것 만큼 사십대를 제대로 정의 내리는 것은 없었다. 사십대야말로 죄를 지을 조건을 갖추는 시기였다. 그 조건이란 두가지였다. 너무 많이 가졌거나 가진게 아예 없거나, 즉 사십대는권력이나 박탈감, 분노 떄문에 쉽게 죄를 지었다. 권력을 가진 자는 오만해서 손쉽게 악행을 저지른다. 분노나 박탈감은 곧잘 자존심을 건드리고 비굴함을 느끼게하고 참을성을 빼앗고 자신의 행동을 쉽게 정의감으로 포장하게 만든다. 힘을 악용하는 경우라면 속물일테고 분노때문이라면 잉여일 것이다. 그러므로 사십대는 이전까지의 삶의 결과를 보여주는 시기였다. 또한 이후의 삶을 가늠할 수 있는 시기이기도 했다. 영영 속물로 살지, 잉여로 남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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