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영화,TV

넷플릭스 영화 우리가 끝이야 _예쁜 화면 속 가려진 이야기, 그리고 원작과의 거리

' IT Ends With Us '

우리가 끝이야

 

 

영화 우리가 끝이야(It Ends With Us)는 극장에 개봉했을때 보려다 놓친 영화라 넷플릭스에 올라왔을때 망설임 없이 클릭했어요.

로맨스 영화를 좋아해서 예고편만 보고는 따뜻하고 예쁜 로맨스 영화일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열어보니 그 안엔 생각보다 무거운 현실이 담겨 있었어요. 배경도 아름답고, 주연 배우들의 스타일도 멋져서 눈길을 끄는 작품이었지만, 이야기의 중심에는 가정폭력이라는 민감하고 깊은 주제가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몰입해서 영화를 본 뒤, 원작 소설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어보게 되었는데요. 책은 영화보다 훨씬 더 날 것의 감정과 아픔을 담고 있더군요.

 

 

주인공 릴리 블룸은 어린 시절부터 폭력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라며 상처를 안고 살아갑니다. 성인이 된 릴리는 보스턴에서 꽃가게를 열며 독립적인 삶을 꾸려가고, 우연히 만난 신경외과 의사 라일과 사랑에 빠지죠. 하지만 라일 역시 예상치 못한 폭력적인 면모를 드러내며 릴리는 큰 갈등에 휘말리게 됩니다. 그런 와중에 첫사랑 아틀라스와 재회하며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지는데요. 릴리 블룸은 라일을 용서할 수 있을까요.

 

영화는 전체적으로 부드럽고 예쁜 톤으로 릴리의 아름다운 꽃가게, 아틀라스의 근사한 레스토랑, 게다가 예쁘고 멋진 배우들까지 시각적인 볼거리가 풍성해서 일반적인 로맨스 영화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폭력적인 장면은 조심스럽게, 때로는 거의 보이지 않게 그려져서 라일의 성장기 아픔과 릴리의 상처를 서로의 사랑으로 치유해 가는 과정을 그린 로맨스 드라마가 아니었던거야? 라고 반문하게 되었어요. 그러다 문득, “이 영화는 정말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 라는 질문이 마음에 남았어요.

 

 

그래서 원작을 읽게 되었어요.

 

 

영화는 아무래도 2시간이라는 제한된 러닝타임 안에 원작의 깊은 이야기를 모두 담아내야 하다 보니,서사가 다소 부족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특히 릴리와 아틀라스의 사랑은, 원작 속에서는 ‘앨런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을 통해 오랜 시간 쌓여온 감정의 결이 아주 섬세하게 그려지는데요. 그 사랑의 깊이와 무게는 영화만으로는 다 전해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릴리의 내면에 쌓인 두려움과 고통, 그리고 가정폭력이라는 현실은 책 속에서 훨씬 더 무겁고 직설적으로 묘사돼요.책을 읽으며 비로소 느낄 수 있었던 건, 릴리가 얼마나 오랫동안 상처를 안고 살아왔는지,라일의 폭력 앞에서 그녀가 어떻게 무너져갔는지,그리고 그런 릴리를 바라보는 아틀라스의 마음은 또 얼마나 조심스럽고 절절했는지,그 모든 감정선이 더 뚜렷하고 진하게 와닿았다는 거예요. 그래서인지 책을 읽고 나니, 영화에서는 다소 생략되거나 완화된 감정의 흐름들이 다시 살아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릴리의 감정 변화에 더 깊이 공감하고, 그녀의 선택이 얼마나 용기 있는 결정이었는지 더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어요.

 

'우리가 끝이야'는 외적으로는 아름답고 세련된 로맨스 영화처럼 보이지만,그 이면에는 쉽지 않은 주제가 숨겨져 있어요.

책에서는 릴리의 선택이 얼마나 어렵고도 용기 있는 결정이었는지, 더 깊고 진솔하게 다가오기도 하구요. 이 작품을 통해 한 가지 분명히 느낄 수 있었던 건, '우리가 끝이야' 라고 말하는 그 순간은, 어쩌면 진짜 ‘시작’을 위한 가장 용기 있는 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비하인드로 원작의 강렬한 메시지가 영화에서는 다소 흐려졌다는 평이 있는 가운데, 이런 변화의 중심엔 주연 배우인 블레이크 라이블리의 영향이 컸다는 보도도 있었어요. 실제로 라이블리는 영화의 톤과 설정, 인물의 해석 등에 많은 의견을 제시했고, (주연이자 감독인 저스틴 발도니와의 불화와 갑질논란😲) 결과적으로 원작보다 더 순화된 방향으로 제작이 진행되었다고 해요. 이에 대해 원작 팬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덕분에 좀 더 대중적인 접근이 가능했다는 평가도 존재합니다.